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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주택 시장에 ‘도덕’을 강요하는 사회

주택 정책, 실거주자 중심을 넘어야 한다.

 

최근 주택 정책의 기조는 ‘실거주자 중심’으로 요약됩니다. 지난 27일 대통령은 "투기용 비거주 1주택자도 매각 유리한 상황 만들 것" 이라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매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주택 시장을 특정 유형의 수요자만이 참여해야 할 공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았을 때나 가능합니다. 주택은 거주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자산입니다. 이 이중적 속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책을 펼친다면 시장은 장기적으로 왜곡됩니다. 

 

실소유자와 투기수요자는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현실에서 주택 구매 동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많은 주택 구매자는 거주 목적과 자산 가치 상승 기대를 동시에 염두에 둡니다. 이를 두고 어느 선까지를 ‘실수요’로, 어느 지점부터를 ‘투기’로 규정할 것인지를 행정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모호한 구분에 기초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규제 회피 행동을 유발합니다. 정책상 "실수요자"로 정의되지 못한 실수요자의 거래 위축과 "투기"로 정의되지 못한 투기자들의 거래 확장이 얽힌 실타래처럼 뒤따를 것입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가 도덕의 이름으로 시장과 반하여 개입할수록 자원 배분의 왜곡과 풍선효과만 키울 뿐이며, 시장 참여자 각자의 책임 있는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요를 도덕적 기준으로 선별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을 형성하고 증식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동기

자산을 축적하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활동의 기본 동력입니다. 특히 부동산은 많은 가계에 있어 가장 접근이 쉬우면서 속도 싸움에서 먼 전 국민적 투자 수단입니다. 이를 원천적으로 억제하거나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정책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투자 수요는 단순한 사익 추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건설 산업과 금융 시장, 고용 창출로 연결되며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칩니다. 다주택자를 억눌러 임대사업이 약회된다면, 이는 반대로 임대물량 축소, 임대용 건축 사업 감소 및 임차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투자 수요를 일괄적으로 억누르는 정책은 단기적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건전한 월세 위주의 주택 시장 형성 필요

인구 구조 변화와 가구 형태의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월세 중심의 시장이 활성화되면 초기 자산 부담 없이 거주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자본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처음부터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임차 수요를 정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없다면, 안정적인 민간 임대 시장과 물량은 필수적입니다. 

다주택자를 죄인취급하며 배제하기보다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책임 있는 임대 사업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임차인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를 인정하고 건전한 월세 시장을 활성화해야

 

주택 시장의 건전성은 어떤 수요나 집단을 배제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주택 시장 앞에 서서 휘두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주택자를 제도권 내에서 인정하고, 주택의 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책임 있는 시장 질서를 구축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시장의 활력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길입니다.